※ 1991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기획한 원로탐방의 하나로 한국정신치료학회 회원이기도 하셨던, 작고하신
고 김행숙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원이 이동식 선생님과 대담한 내용으로 (‘원로와의 대화’ 1991 대한신경정
신의학회(하나의학사) pp.133-160), 2004년 8월 이동식선생님께서 교정을 보신 글입니다.
조인혜 평소에 궁금했던 건데... 선생님은 늘 저희한테 치료하면서 도를 깨달아야 한다.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도라는 건 너무 높은 경지고 저희는...
이동식 쉽게 말하면 자기 자신을 깨닫는 게 도다 이거지.
조인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요, 저희가 쉽게 그걸 잘 하기는 또 힘든 것 같거든요. 저희가 기본적으로 어떤 자세를 갖고 좀 더 저희가 평범하게 좀 실행할 수 있는 그런 것을... 도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이동식 도를 어렵게 생각하니까 그래. 쉽게 하는 것은 자기 반성이지. 자기 반성이 도라. 석가모니가 자심반조, 공자가 일일삼성... 동아일보 일요판에 김주영이라고 작가 있잖아! 1년 절필하고... 그 사람 말 아주 잘했대. 자기 어머닌 그렇게 가난하고 말이지... 자기가 밤낮 감자다 옥수수다 수제비를 하도 많이 먹어 지금도 양식을 못 먹는다는거야. 양식에는 감자하고 옥수수가 나오니까.
그런데 절대로 남의 탓을 안 한다 이거지. 그리고 우리보다 못 사는 외국에 많이 가봤는데 자기 탓을 하지, 남의 탓을 안하더라... 지금 우리 한국 사람들이 말하자면 김주영이 간접적으로 말하듯이 별 것도 아닌데 껍적대고... 또 자기 할 건 안하면서 남 탓만 한다... 자기반성이 도라, 자길 돌아보는 자중자애, 자기를 중히 여기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
김행숙 선생님은 남의 탓이나 후회나 복수를 생각해 보신 적이 없다 그러셨는데, 반성은...
이동식 반성은 자학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알아보는 거지. 보통 자기를 투사하거든. 남보고 어떻다 하는 것 보면 바로 그 사람이 그렇거든. 사랑하고 자기를 존중하고 자기를 잘 돌아보는 것, 그게 도지. 자기하고 친해지는 것, 그게 도라. 그러니까 도하고 반대되는 정신 불건강은 자기를 자꾸 싫어한다 이거야. 자길 우습게 보고 배척한다는 거야. 자기하고 친하면 그게 도야, 자길 사랑하고 자길 중하게 여긴다, 그게 도라. 그런 건 어렵나? 그것도 실제 하긴 어렵지.
조인혜 그렇죠.
이동식 노이로제가 자기를 우습게 본다 하는 건 알아? 그러면서 남한테는 사랑받고 존경받고 인정받을려고 하는 게 노이로제다. 자기는 자기를 무시하면서 말이야. 사랑하지 않고 배척하면서 남은 자기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인정해 달라. 자기가 자기를 우습게 보기 때문에 그러는 거다 이거야.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고 존중할 거 같으면 남한테 받을 필요가 뭐 있어. 남이야 존중하든 말든 그건 그 사람 문제지, 응!
김행숙 네. 노이로제에 관한 이런 설명은 무언가 손에 잡히는 것 같은데요.
이동식 그러니까 자기를 배척하는 것, 그게 노이로제... 자길 미워하고. 그걸 못 깨닫는다고 그렇다 하는 걸.
김행숙 네. 그러고 밖에선 인정 받기를...
이동식 모두들 자기를 우러러 봐 달라 이게 이상해... 말이 안 되잖아. 그러니 자기가 자기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사랑할 것 같으면 남한테 사랑받을려고 할 필요를 안 느낀다. 말하자면 내 밥을 실컷 먹었는데 구태여 남한테 밥 얻어 먹을려고 할 필요가 있나 이거야. 또 맛있는 거 갖다 줘도 못 먹겠다 이거지, 배가 불러서. 사랑해 줘도 귀찮다 (웃음).
그 걸로 됐어? 그런데 그 걸 실천하는데 또 쉽지 않지. 자길 반성한다는 게. 정신건강은 반성능력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 자기를 반성할 힘이 강할수록 건강한 사람이고 도가 높다. 응! 자꾸 남한테 전가할수록 도에서 멀고 정신이 불건강하다. 논어의 말이야. 공자가 안연이란 제자를 제일로 쳤는데 일찍 죽었단 말야. 이 안연이 ‘불천노’ 노여움을 옮기지 않는다고 했지. displace 안 한다 전가를 안 한다... 전가하는 게 노이로제야.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 그거. displace 하는 거. 종로에서 맞았으면 종로 그 걸 가지고 해야지, 딴 데 옮기지 말라 이거야. 말하자면 전이를 안한다. 그러면 착각이 안 일어날 거 아냐! 어머니한테 당했으면 어머니한테 국한을 시키면 노이로제가 안 된다. 어머니한테 못하니까 어머니 이외의 모든 사람한테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품는다... 이게 전이다, 이거지.
김행숙 끝에 가서 더욱 핵심적인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저희가 정말 듣고 싶은 얘길 해주신 거 같아요.
이동식 정신치료 라는 것은 그걸 거꾸로 간다 이거지. 어머니만 빼놓고 모든 사람들에게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품는다 할 경우 그것을 다른 사람하고는 관계가 없고 어머니하고 문제다, 이렇게 완전히 환원시키는 거야.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사람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 일종의 투사... 괜히 말이야 자기한테 잘 해주는 사람한테 화내고 미워하고... 이쯤에서 끝낼까...
김행숙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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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우도는 십우도(十牛圖), 목우도(牧牛圖)라고도 부르며 참선(參禪)에서의 각(覺)의 과정(過程)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송광사의 십우도 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