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 2008.9.12]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9-1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80912010328330110020
<99세까지 팔팔하게 99팔팔>
“癌도 마음 다스리면 이겨낼 수 있어”
이동식 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88세)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순서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마음이 건강하면 몸의 건강도 따라올 수 있는 것일까. 이동식(88)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 든 생각이다.
“몸도 잘 챙겨야 합니다. 내가 정신치료를 하는 사람이지만 누구보다도 건강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기 때문이죠.”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정신치료연구원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정신치료연구원은 이 회장이 환자들을 돌보며 동시에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전해주는 곳이다.
오전 일정을 마친 진료실에서 이 회장과 마주 앉았다. 책상 위엔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이 회장은 “오전, 오후 진료와 상담이 계속 잡혀 있어 이처럼 점심시간에 짬을 내지 않으면 인터뷰를 하기 어렵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구순(九旬)을 앞두고 있음에도 차분하면서도 똑똑한 발음이 인상적이었다. 얼굴에 주름살도 많지 않았다. 특히 기억력이 비상했다. 과거의 활동 등에 대해 말할 때 묻지 않아도 연도를 꼬박꼬박 밝혔다. 이 회장은 1976년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창립했고, 대한신경정신과학회 회장을 지낸 한국 정신의학계의 최고 권위자 중 한사람이다. 특히 이 회장은 자신의 연구 분야를 서양 정신분석에 가두지 않고 불교와 유교, 노자·장자를 섭렵한 후 동양의 도(道)를 통한 정신 치료라는 독보적인 분야를 개척했다. 그러나 학계에서의 성공과 달리 그의 몸은 그리 건강하지 못했다.
“평생 운동을 하지 않고 공부만 했죠. 그런데 40대로 접어들며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어요. 야트막한 언덕길도 숨이 차 오르기 힘들어졌어요. 그때부터 헬스도 다니고, 골프도 치고, 식생활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5년 이 회장의 건강에 ‘비상벨’이 울렸다.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암 진단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암보다도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놀라서 사람들이 죽는 것 같아요. 마음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몸에도 변화를 일으킨다고 봐야죠. 실제로 자꾸 암시를 주면 없던 병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암에 걸려도 마음을 굳건히 가져야 합니다.” 이 회장은 진단을 받은 후 미국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1년 후 간으로 전이돼 국내에서 한차례 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렀다. 성공적으로 암을 이겨낸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정신력으로만 암을 이겨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암 진단을 받기 오래전부터 시작한 운동과 섭생 등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암 덩어리가 크긴 했지만 마치 버섯 모양으로 대장에 간신히 붙어 있었다고 하더군요. 신체의 면역력 때문이죠. 그래서 수술도 쉬웠다고 하더군요.” 이어서 이 회장은 이런 얘기를 들려 주었다. “몸과 마음을 구별해선 안돼요. 정신과 뇌, 정신과 육체가 하나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하고, 정신이 건강해야 육체가 건강합니다. 어느 하나에만 치우치면 안돼요.”
한편 이 회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건강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나이들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할일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빨리 죽어요. 할일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일은 얼마든지 있어요.” 얼굴 표정이 밝았다. 본인이 바로 그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건강비결 - 말린 들깨 생식·‘마늘주’ 담가 마셔
이동식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은 “나이가 들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섭생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와 상담, 세미나 등으로 어떤 주일은 단 하루도 쉬지 못해요. 그래서 틈만 나면 가능한한 휴식을 취하죠. 연구원에 내 전용 침실이 있습니다. 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누워 있습니다.” 또 섭생과 관련해서는 “마늘과 들깨를 즐겨 먹는다”고 밝혔다.
“들깨는 그늘에 말려서 생식하고 마늘은 ‘마늘주’를 담가 먹거나 구이 등으로 먹는다”며 “그래도 몸에 가장 좋은 것은 생마늘을 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대장암을 이겨낸 것도 마늘 덕분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한편 술, 담배에 대해선 “젊어서 술을 조금 했지만 요즘은 삼가고 있다”며 “마음이 약하고 의존심이 큰 사람들이 즐기는 기호품”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 약력 ]
▲1920년 경북 왜관 출생(1920년) ▲서울대 의대(1945년) ▲경기도립뇌병원장(1949년) ▲경북대 의대 교수(1960년) ▲연세대 의료원 외래교수(1966년) ▲경북대 의학박사(1971년) ▲이화여대 의대 교수(1973년) ▲한국정신치료학회 회장(1976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1983년) ▲국제정신치료학회 이사(1988년)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1991년) ▲아시아태평양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1996년) ▲한양대 의대 외래교수(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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