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도’가 정신건강 특효약이죠 / ‘도정신치료 입문’ 펴낸 이동식 선생 : 한겨레신문 2008.8.8   
[한겨레신문 / 2008.8.8]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기사등록 : 2008-08-07 오후 05:43:18
기사게재일자 : 200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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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도’가 정신건강 특효약이죠
‘도정신치료 입문’ 펴낸 이동식 선생


» 소암 이동식(88·사진)

도(道)로 정신치료를 하는 정신과 의사가 있다. 소암 이동식(88·사진) 선생이다. 소암은 1976년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창립했고, 대한신경정신과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한국의 대표적인 정신과 의사지만, 불교와 유교, 노자·장자를 섭렵해 동양의 도를 통한 ‘정신 치료’를 주창했기에 정신과 의사보다는 오히려 도인으로서 길을 걸었다. 그래서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인 류승국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도라면 현실에서 동떨어진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소암이 서양의 과학철학과 결부시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 평생의 여정을 담아 이번에 소암이 펴낸 책 이름도 <도정신치료 입문>(한강수 펴냄)이다.

서양 정신분석 배우며 한국 전통문화 우수성 깨달아

스스로의 마음 응시하고 정화해야 근본적 치료 가능


서울 성북구 성북동으로 이 선생을 찾았다. 그가 역시 정신과 의사인 부인 김동순 선생과 함께 1965년 개원한 동북의원이 있던 옛건물에 정신치료연구원이란 간판이 붙은 집이다. 정신치료 상담을 해주던 중년 여인을 배웅하러 나온 소암은 단구에 온화한 얼굴이다. 부부는 닮아간다던가. 60년 가까이 살아온 그의 부인 또한 마찬가지다.

소암의 청력이 떨어져 정상적인 소통에 지장은 있지만, 그는 ‘도정신치료를 창안한 것이냐’는 물음에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위대한 발견은 늘 눈앞에 있으며, 눈만 뜨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삶은 그렇게 ‘눈을 뜨는’ 여정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대구의전과 서울대 의대를 마친 그는 1954년 미국에 유학해 서양의 정신의학과 정신분석을 공부했다. 당시는 중국에 대한 모화사상과 일제의 식민교육, 서양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해 자존감을 잃어버린 시대였다. 그러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던 1958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세계철학대회에 참여해보니 유명한 서양 철학자들이 떠드는 내용이 무식한 한국 사람들도 다 아는 것들이었다. 그는 “한국의 전통문화가 세계 최고이고 한국인이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라는 확신을 갖고 귀국했다.

그는 귀국 이후 훗날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으로 선풍을 드날렸던 숭산 스님과 탄허 스님, 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 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등으로부터 불교를 배우는 등 동양사상을 탐구했다. 이로써 그는 동양의 도로서 서양의 정신과학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한 경지를 이루었다.

그는 정신의학과 불교를 동시에 공부하면서 ‘사람들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끊임없이 사랑받기만을 갈구하면서 상대에게 의존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적개심을 품게 되는 애증이 바로 중생고’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아적인 사랑에 대한 갈구나 인정, 대우를 받으려는 욕구를 줄이고 쉬는 게 정신 건강을 이루는 길이며, 이런 욕구가 없는 것이 바로 무아(無我·나라고 할 만한 독립된 실체가 원래 없음)이며 진여(眞如·깨달음의 본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정신의학에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과 사사건건을 지배하는 불건강한 감정이 바로 ‘핵심 감정’이다. 바로 콤플렉스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해 욕구불만이 쌓이거나 너무 지나친 보호를 받아 독립심이 전혀 길러지지 않았을 때 생겨 평생 동안 삶을 지배하는 이 콤플렉스를 제거하는 것이 정신치료의 목적이다.

그는 불교를 공부하다가 화두선의 창시자인 대혜종고가 쓴 <서장>에 나오는 ‘애응지물’(碍膺之物), 곧 ‘가슴에 거리끼는 것, 집착되어 있는 것’이 곧 ‘핵심 감정’임을 알게 되었다. 정신의학에서 핵심 감정에서 해방되는 게 정신 건강으로 가는 길이라면 불교에선 ‘애응지물에서 벗어나는 것이 각(覺·깨달음)’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서양이 바깥과 대상을 보는 데 치중한다면 동양의 도는 자신의 내면을 본다. 소암은 “수도는 자기 마음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불교적 가르침에 따라 ‘불취외상 자심반조(不取外相 自心返照·바깥 모양을 취하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 비춤)하라’고 한다. 이처럼 비추어 보아서 착각에서 깨어나면 핵심 감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서양의 역사를 보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곧 대화를 강조해 도가 있었다고 보겠으나, 그의 제자 플라톤 이후에는 진리에 도달하려면 정심(淨心), 다시 말해 ‘카타르시스’를 해야 된다고 말만 했지 마음을 정화하는 수도는 없고 이론만 늘어놓았을 뿐이라고 평했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에서 유대인 정신과 의사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라는 정신치료가 창시되어 비로소 마음을 정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시작됐지만 동양에선 적어도 2500년 전부터 구체적인 수도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그는 “서양식의 정신분석적인 치료만으로 궁극적인 경지에 도달할 수 없기에 도를 닦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참선은 서양의 정신분석보다 고차원의 경지를 지향하고 있지만 정신분석 치료처럼 한 주일에 세 시간 이상 수년간을 치료자가 친절히 이끌어주는 면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서양식의 정신치료가 성공한 뒤 또는 어느 정도 된 뒤에 참선을 병행하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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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우도는 십우도(十牛圖), 목우도(牧牛圖)라고도 부르며 참선(參禪)에서의 각(覺)의 과정(過程)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송광사의 십우도 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