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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자료실 |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4-05-14 22:03:56 |
조회수 |
2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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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제14차 ISPS) 참관기 (한국정신치료학회보 2004년 5월)
황병주(정회원, 곽호순병원)
2003년 9월 22일부터 4일간에 걸쳐 호주 멜번에서 열린 제14회 International Sympo- sium for the Psychological Treatment of Schizophrenia and Other Psychoses (ISPS 2003)에 이동식, 허찬희, 김종하, 정성철, 하미영 선생님과 함께 참가하고 돌아왔다. 그곳은 겨울이 지나고 초봄을 맞는 시기로 오염이 덜 된 듯 맑고 높은 하늘이 인상적이었고, 거리의 사람과 차들은 바쁘지 않은 느긋함과 여유를 지닌 듯 보였다.
조용한 바깥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학회가 열린 멜번 컨벤션센터 내부는 수많은 참가자들로 붐볐다. 일정표를 확인해가며 하나의 발표장이라도 더 찾아다니려는 열정과 막간을 이용해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교류를 나누는 진지함으로 학회장은 분주했다.
둘째 날부터 사흘에 걸쳐 100여개의 연제가 7개의 발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
표되었는데, 연제들의 큰 주제는 정신병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통합’에 관한 것이었다. 역동치료, 인지치료, 가족치료 등 다양한 심리적 접근뿐만 아니라 약물치료와의 ‘통합’의 필요성과 더불어, 정신병 환자를 사회와 가족 및 제도적 보건시스템으로 ‘통합’시켜 병의 회복과 사회복귀를 함께 도모하자는 취지의 주제발표가 주를 이루었다. 정신병 환자의 정신병리와 구체적인 치료사례 등 인간정신의 깊숙한 부분을 다른 나라 치료자들은 어떻게 다루는지 알 수 있겠다는 애초의 기대와는 다른 내용들이라 아쉬움이 있었다. 정신과의사 외에 심리학자와 사회사업가들의 발표가 많았고, 이들이 정신병 환자의 치료와 사회적응에 있어 상당히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셋째 날은 “Can biological and psycholo- gical interventions be integrated
in the treatment of psychosis?”라는 주제로 찬성 측과 반대 측, 그리고 환자대표를 포함한 패널들이 진행하는 논쟁(debate)이 벌어졌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판매 전략에 정신과 의사들이 이용당하고 있다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이유로 들었는데, 찬반의 의견이 팽팽하여 한 치의 양보가 없는 것을 보았다. 무척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회원들은 환자가 원하고 환자에게 도움된다면 약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정신치료학회는 대회 마지막 날 “Taopsychotherapy of Psychosis”라는 제목으로 두 시간 동안의 심포지움을 열었다. 우리는 첫째 날부터 각국의 참가자들에게 한국에서 준비해간 책자를 나누어주며 참가를 독려하였다. 또한 서양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주제인데다, 녹음내용을 직접 들려주는 면담사례 발표라는 점에서 미리부터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포지움에 들어가서는 먼저, 허찬희 선생님이 도정신치료의 개관을 슬라이드를 이용해 발표하였다. 도정신치료는 동양의 도와 서양의 정신치료를 융합한 것으로서, 치료의 목표와 과정에서 서양 정신치료와의 차이점을 설명하였다. 두 번째로는 이동식 선생님의 정신분열병 환자 consultation interview 사례의 영문번역 대화를 24분에 걸쳐 들려주었다. 이어서 면담사례에 대해 청중과의 질의응답시간을 가졌고 이동식 선생님이 직접 답변을 하셨다. Tao practice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자기 감정을 바라보고 컨트롤하는 것이 도를 닦는 것이며, 이것은 정신치료에 있어서의 working through와 같다”고 답했다. 또, 이 환자의 진단이 정신분열병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질문에는 “내게 오기 전에는 psychotic이었지만, 나와 면담을 할 때는 non-psychotic이었다. 환자를 완전하게 이해하면 완전한 communication을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psychotic을 벗어난다”고 하셨는데 질문자는 이해를 못 하는 눈치였다. 도정신치료라는 것이 structural and authoritative한 면담구조를 가지고 환자를 이끌어가는 것 같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환자에 대해 완전하게 공감을 하는 것이다”라고 바로잡아 주셨다. 그런가하면 현상학에 기반한 정신치료를 하고 있다는 한 미국사람은 자기가 하는 치료와 도정신치료에 공통점이 많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심포지움을 마쳤고, 두 선생님들이 청중을 압도하며 이끌어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내가 배우고 있는 치료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일정상 관광은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셋째 날 짬을 내어 다함께 간 멜번 박물관 방문과 그날 저녁 시내 한 극장에서 열린 학회 주관의 만찬 참석으로 위안 삼았다. 만찬 자리에서는 첫날 keynote address를 맡았던 미국의 Dr. Wayne Fenton과 동석했는데 도정신치료와 동양사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하였고, 정신치료를 하는 정신과 의사가 점점 줄어드는데 함께 안타까워했다. 그는 젊은 시절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노자를 접했는데, “다 얻으려 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그의 사상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고 이동식 선생님은 “neurotic desire를 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이다”라고 응대했다.
돌아오는 날은 시드니에서 비행기 갈아타는데 시간이 남아 시내를 둘러볼 수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잠깐 동안의 보트관광을 즐기면서, 벌써 끝났구나 하는 아쉬움과 함께 한꺼번에 닥치는 피로를 느꼈다. 여지껏 참석했던 그 어느 국내학회 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냈기에 힘들면서도 뿌듯했다. 참가 멤버의 막내로서 해야 될 일을 빠뜨리고 실수를 연발하면서 선배님들로부터 얻은 지적과 충고가 고맙기 그지없다. 이번 대회를 정리하면서 한국정신치료학회로서는 앞으로 국제학회에서 더 풍부한 학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개인적으로는 사고와 활동의 범위를 넓힐 필요성을 절감했고, 자기발전을 위해 기울여야 될 노력이 어떤 것들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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