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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자료실 |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4-05-14 22:01:15 |
조회수 |
20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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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차 ISPS 참관기 (한국정신치료학회보 2004년 5월)
정성철 (총무부원, 정성철신경정신과의원)
제14차 ISPS (International Symposium for the Psychological Treatment of Schizo- phrenia and Other Psychoses)가 2003년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주제는 ‘RECONCILIA- TION, REFORM AND RECOVERY: Creating a future for psychological interventions in psychosis’ 이었다.
ISPS는 1956년에 스위스 로잔에서 약 40명이 모여 1회의 모임을 가진 이후로 현재까지 14회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으며, 초기에는 상시조직이 없이 대회만 가지다가 최근에는 상시조직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고 하였다. 유럽 20여 개국과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우간다 등에 지부가 있으며, 이번에 호주에서 ISPS를 개최하면서 호주와 뉴질랜드에 지부를 조직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고 하였다. 이번 대회에는 30여 개국에서 500여명이 등록하였다고 한다.
우리 학회에서는 이동식 명예회장을 비롯하여, 허찬희, 김종하, 정성철, 황병주 회원과 하미영 선생이 참가하였다. 국제교류위원장인 허찬희 선생님이 그동안 개인적으로 ISPS에 참가하여 왔었는데, 이번에 이동식 선생님과 상의하여 ‘Taopsychotherapy of Psychoses'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조직하게 되면서 여러 회원들이 참가하게 되었다.
학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참가자들이 젊고 활발하며 자유롭게 소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상당한 신념과 열정을 가지고 참여해서 그런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분열병으로 여섯 번(?) 입원한 적이 있으며, 간호하던 수녀와 결혼한 후에 공부하여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는 약을 먹으면서 NAMI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인 Frese (2002년 9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개되었다)가 기조연설을 한 것과 동생이 정신분열병 환자인 여류심리학자가 자기 가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족치료 프로그램을 발표하여 David Feinsilver Presentation 賞을 受賞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프로그램 책자의 마지막 페이지에 소개된 후원 단체들 중에 릴리, 룬드벡, 노바티스, 사노피,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올가논 등 많은 제약회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리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정신병의 호전에 유익하다는 사실이 확산되고 환자나 환자가족이 그런 치료를 요구하게 되면 약물치료를 주로 하던 의사도 심리적 치료를 병행하게 될 것이다.
23일(화) 오전부터 학술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매일 오전에는 전체모임을 가지고 오후에는 일곱 개 방에서 동시에 개인구연이나 심포지엄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첫날 오전에는 네 명의 연자가 기조연설을 하였는데, 미국 NIMH(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의 Dr. Fenton이 ‘Integration in the management of psychotic disorders’라는 제목으로 그동안의 연구결과들과 실제 임상에서의 증거들(Evidence-Based Medicine)을 볼 때 정신분열병에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EBM에서는 치료자에 따라 결과가 다르고, 여러 치료들을 환자의 필요에 따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두 번째 기조연설은 앞에서 이야기했었던 심리학박사 Frederick Frese가 ‘Recovery: Myths, Moun- tains and Miracles’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투병경험을 이야기하였다.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경험한 정신과의사의 몰이해를 잘 묘사하여 청중들의 폭소를 유도하였다. 현재는 약을 복용하며 정신병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하였다. 연설이 끝났을 때 모두들 기립박수를 보냈다. 영국인 Richard Bentall은 ‘The Conceptual Basis of Psychotic Disorder’라는 기조연설에서 정신분열병의 원인가설로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neurodevelopmental model의 결점을 예시하며 abnormal neuro- development가 아닌 normal neurodevelopment (normal psychology)를 그 사람의 성장과정에 적용시키면 발병의 원인이 설명된다고 하였다. family hypothesis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환자의 부모도 또한 그들의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지적하였다. 외국의 상황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생물학적 접근을 범세계적인 정론으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정신병을 정신치료 하는 것을 특이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국내 일부의 견해는 결코 세계적 추세가 아니라는 것을 관찰한 것이 나의 개인적 성과이었다.
둘째 날은 childhood trauma와 psychosis의 관계를 주제로 한 전체모임이 있었다. 대체적인 내용은 ‘PTSD, dissociation disorder, schizophrenia의 psychotic symptoms를 같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trauma에 의해 뇌내의 도파민이 증가하는 것 등이 정신분열병에서의 변화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치료자가 환자의 증상을 과거의 상처와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으면 PTSD로 진단하고 연결하지 못하면 정신분열병으로 본다는 연구보고도 있었다. 치료자가 할 일은 “What happened to you?"라고 묻는 것이라 하여 인상적이었다.
셋째날(목) 오전의 plenary session에서는 biopsychosocial model이 실제로는 bio만 강조하고 psychosocial은 무시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정신치료의 효과를 이야기할 때 정신치료를 어떻게 定義했는지, 치료자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려하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목요일 오후에는 우리 학회에서 준비해 간 ‘Taopsychotherapy of psychoses’ 심포지엄이 있었다. 허찬희 회원이 ISPS 영국지부 대표인 Brian Martindale과 공동좌장을 맡았고, 미국 ISPS 회장인 Ann-Louise Silver가 지정토론을 하였다. 먼저 허찬희 회원의 도정신치료 소개가 있었고, 이어서 사례 소개와 30분가량의 면담청취가 있었다.(이동식 선생님의 정신분열증 여대생 사례) Silver는 현재 서구에서는 면담장면을 그대로 제시하는 경우가 없다고 소감을 발표하였다. Martindale은 치료자가 다소 권위적이고 구조화되어 있지 않는가 하였다. 이 선생님은 공감적 질문이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보면 구조화된 것처럼 보인다고 답하였다. 이 외에 정신분열병이 맞는가 하는 질문도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해하고 의아해하던 청중들은 한 시간 가량의 질의응답에서 차츰 이해를 하는 듯 하였고 공감의 중요함, purification of mind, 서구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대상화한다는 지적에 이어 환자를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 등에 공감을 하는 듯 하였다. 이 선생님께서 “플라톤의 잘못이다.”하니 모두들 웃었다. 학회 참가자들이 대개 환자에 대한 열정이 있는 듯 하였고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잘 정리되어 상당히 즐거워하지 않나 생각하였다. 어떤 호주 여자는 이 선생님께 와줘서 고맙다며 좋아했는데, 자기가 이해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시드니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탔을 때 있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일행이 늦게 타는 바람에 앉을 자리가 없어서 이동식 선생님이 서서 가게 되었는데, 그것을 본 호주 여자가 -나중에 물어보니 60세였다- 자연스럽게 일어서며 이 선생님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가! 그 주위에는 십대로 보이는 한국인 여학생들이 셋이 앉아있었다. 허찬희 선생님이 눈치를 보내자 여학생 중 한 명이 마지못해 일어나며 머쓱해 하였다. 50년 전에는 서양 사람들이 한국의 경로사상을 부러워하였는데 이제는 거꾸로 되었다고 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서양이 부러워하고 배우는 것을 우리는 버리고 있고, 서양에서 버리고 싶어 하는 것을 우리는 배우고 있음을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경험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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