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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자료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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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APCP 참가기 <하> (의협신보 기사내용 2003.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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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3-10-02 21:46:08 |
조회수 |
2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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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치료’ 이해 부족탓 프로그램 적어 아쉬움
동양정신치료 ‘지향점 찾기’ 어려움
정신적 축 상실 깊이 없어져 아쉬움
제3차 아ㆍ태 정신치료학회 참가기 <하> - 이 범 정 (이범정정신과의원)
3월 13일에는 우리 학회 심포지움과 워크샵을 마치고 오후 3시 30분경 모든 회원이 Dr. Schnyder가 발표하는 Plenary Lecture(Post-Trauma Psychological Interventions)에 참석을 하였고 강석헌 전회장이 좌장을 맡으셨다. 임효덕 회원은 대구 지하철 참사를 언급하고 생존자의 죄책감도 정신치료에서 중요시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당신의 책 제목에 European perspective 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다른 지역의 관점과 어떤 점이 다른가?” 라고 질문하자 그는 “다른 점이 없고 책을 인쇄하는 회사에서 책이 잘 팔리게 하려고 붙였을 뿐이다”고 답변하여 잠시 웃음이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앞서 말했듯이 참가자 전원이 모여 우리 학회 심포지움과 워크샵에 대한 평가회 겸 회식을 가졌다. 식사가 끝나고 필자를 포함한 일부 회원들은 인근을 둘러보다가 야외 카페에서 생맥주를 마셨다. 열대 기후였지만 자정이 가까이 되니 비도 좀 오고 바람도 불면서 무더운 날씨가 좀 가시는 듯 했다. 날씨도 좀 풀리고 심포지움과 워크샵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등 긴장이 풀리면서 회원들은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내 놓으면서 대화는 끝이 날 줄을 모르고 야외카페의 앉은 자리에서 노래까지 부르며 싱가포르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APAP 총회개최
3월 14일 오전 10시에는 APAP의 총회가 있었다. 총회에는 싱가포르에서 Dr. Kong과 Dr. Ang 2명, 인도네시아에서 Dr. Lubis, Dr. Roan 등 3명, 필리핀에서 1명, 홍콩에서 Dr. Chen 1명, IFP 회장 Dr. Schnyder 그리고 한국에서 참석한 우리 회원 13명 등이 참석하였다. 회장인 말레이시아의 Dr. Fadzil Mann이 불참한 관계로 부회장인 Dr. Kong이 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장선임과 차기 학회 개최지 선정의 안건 중 강석헌 전 회장께서 제의하여 개최지 선정을 먼저 다루게 되었다. 안건 처리와 관련하여 회칙을 제정해야 한다는 허찬희 회원의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먼저 Dr. Lubis와 Dr. Schnyder가 초창기 자료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학회 개최 의사를 아무도 밝히지를 않자 Dr. Kong이 “한국이 조직도 잘 되었고 참여도가 높으니 개최하는게 어떠냐”는 발언이 있었고 강선생님께서 KAP 회장의 의견이 어떤지 들어보자 하여 이정국 선생님이 사전에 의론한 데로(차기 학회 개최 문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말고 우리에게 의뢰되거나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면 기꺼이 맡기로 하자.) 발언하였다. 마침 그때 홍콩의 Dr. Chen이 입장하였고 강선생님이 홍콩에서 개최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Dr. Chen이 흔쾌히 받아들여 개최지는 홍콩으로 결정되었다.
이어서 회장 선임을 하는데 강선생님께서 홍콩의 Dr. Chen을 추천하니 그가 사양하였고 필리핀에서 온 여선생이 Dr. Kong을 추천하였다. 그러자 허찬희 회원이 강선생님을 추천하였다. 강선생님께서 2008년이면 너무 고령이 된다는 이유로 사양하고 허찬희 회원을 추천하였다. 투표권과 관련하여 1국가당 1표인지 1인당 1표인지 설왕설래가 있었고 Dr. Schnyder의 불필요한 개입적인 발언이 있자 강선생님께서 제지하고 Dr. Lubis에게 1차 총회 때의 상황을 물었는데, 그는 consensus 운운하며 질문에 빗나간 답변을 한참 하였다. 강선생님과 허찬희 회원이 Dr. Kong에게 양보하기로 하여 투표는 하지 않고 회장은 싱가포르의 Dr. Kong으로 결정이 되었다. 강선생님은 Dr. Lubis를 APAP의 명예회장으로 추천하여 만장일치로 가결이 되어 APAP의 명예회장은 이동식선생님과 Dr. Lubis 두 분이 되었다. 이후 강선생님께서 Dr. Kong에게 ‘기록을 다 모아라, 회칙을 만들어라, 은행계좌를 만들어라, 웹사이트와 뉴스레터를 만들어라’ 등의 권유를 하였다.
총회를 마치고 오후에는 김종호, 임효덕, 김종하, 심상호, 김연, 안병탁 회원 그리고 필자는 Sentosa Island를 관광하였다. 센토사 섬은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함’을 뜻하며 본래 군사기지였으나 싱가포르 정부가 주제 공원으로 개발을 하였다 한다. 케이블카 터미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말레이계의 싱가포르인 여자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싱가포르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자료관을 둘러보고 나비농장, 곤충관, 수족관 등을 관람하였다. 자료관의 대부분은 영국 식민지 시대와 제2차 세계대전 중 3년 반의 일본 지배 기간의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패배와 승리의 순간들을 밀랍 인형과 비디오로 재현해 놓았는데 일본군의 침공에 무릎을 꿇었던 영국군의 항복 장면과 연합군에게 항복하는 일본군의 항복 장면은 표정까지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일본에게 점령 직후 일본군에 의해 2만여 명이 끌려가 행방불명이 되고 일본군이 오고 나서 좋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어떤 할머니 육성 증언 등에서 싱가포르인들에게 일본 지배는 엄청난 공포와 충격이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역사를 잊지 않고 후세에 전달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엿보였다.
센토사 섬 관광 후 거의 모든 회원은 David Y. F. Ho (Department of Psychology, University of Hong Kong)라는 홍콩대학 교수의 Plenary Lecture(The Dao of Psychotherapy: Transcending divides between and within cultures)에 참석을 하였다. 토론시간에 강선생님께서 Ho 교수의 수련배경에 대하여 두어번 질문하였으나 Ho 교수는 답변을 하지 않았고 강선생님께서 “왜 내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는가?” 라고 묻자 그때서야 답변을 하였는데 미국의 모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수련을 받았으나 정신분석가 자격을 받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이런 배척당한 경험이 그가 동양적인 것, 도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인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강의 후 우리 회원들은 14일 저녁 비행기로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기로 한 허찬희, 이정국 선생님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East Coast Park의 해산물식당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였다. 가재 요리 등을 질리도록 먹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고 모두 아쉬운 표정을 뒤로 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몇 회원들의 제안으로 김종호, 임효덕, 김종하, 심상호, 그리고 필자는 밤 11시가 넘어 차이나타운 부근으로 나가 도보로 새벽 1시까지 시내 관광을 하였다. 유흥가가 우리나라처럼 화려하고 북적대는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고 그 규모도 적었다. 또한 열대지방이라서 그런지 시간이 늦었는데도 화교들의 앞이 트인 조그마한 식당들에는 집에서 입던 편한 복장을 한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밤참을 먹든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3월 15일 오전에는 학회장에서, 3월 13일 부모님과 함께 싱가포르에 도착했으나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주은선 회원을 만났다. 그리고 강석헌 선생님, 임효덕, 안병탁 회원 등이 Weining C. Chang (Department of Social Work & Psychology,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이라는 싱가포르 국립대학 교수가 ‘Resilience in the Asian Cultural context’ (유교사회에서의 인간관계 탄력성) 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는 심포지움에 참석을 하였고, 강석헌 선생님께서 Chang 교수에게 제16차 국제정신치료학회 자료집을 선물하였다. 귀국 후 안병탁 회원이 이메일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우리 학회의 심포지움과 워크샵 자료집을 받았는지 물었더니 이미 받았다면서 다음과 같은 소감을 보내왔다 한다.
I am so glad to have met you, people who share so much common insight and interest in psychotherapy and in literature! I hope I will be able to visit you again some time. I did receive a copy of your Proceedings. It is very impressive. Congratulations! I too am interested in developing intervention programs using indigenous Asian concepts. Please do keep me posted on your excellent work! We will keep in touch!
오후에는 거의 모든 회원이 ‘Spirituality and Psychotherapy’ 라는 심포지움에 참석하여 Dr. Anthony Ang과 주은선 회원이 각각 'Spirituality and Psychotherapy: Digging into thin air?', 'Comparison of the Characteristics of Taoistic Therapists and Person-Centered Therapists'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는 심포지움에 참석하였다. 다른 심포지움이 모두 끝난 뒤라 참석인원이 5,60명에 달하는 성황을 이루었고 주은선 회원의 영어 발표 능력이 뛰어났다는 평이었다.
심포지움이 끝나고 환자 진료 문제 등의 이유로 원래 일정을 하루 앞당겨 15일 밤 비행기로 귀국키로 한 김종호, 임효덕, 김종하, 김연 그리고 필자는 16일 밤 비행기로 귀국하는 백영석, 심상호, 김경민, 안병탁 회원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Pan Pacific Hotel의 중국 레스토랑에서 도심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였다. 이후 창이공항으로 출발, 비행기표를 조정하고 각자 쇼핑을 하는 등 시간을 보내다가 10시 35분발 대한항공에 몸을 실었다.
참가소감
이번 학회 전체에 대한 참여 회원들의 공통된 느낌은 다음과 같았다.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없고 또 마침 집단정신치료대회와 겸해 열려서 그런지 정신치료에 대한 프로그램이 적고 그나마 우리 학회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정신치료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참석도 저조하고 참석자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마 이것은 전체 참여 인원이 200여명(60% 이상이 싱가포르 내국인이었음)으로 적었고 정신치료에 대한 이해의 부족 때문인 것 같다. 이것은 정신치료 부분이 쇠퇴하고 생물학적 치료가 주류가 된 현 서양의 정신의학의 흐름과 일치하는 것으로 정신치료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아쉬움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정신치료 관련 국제학술행사에 처음 참가하는 것으로 정신치료에 대한 개인적인 동기와 비전을 더 구체적으로 갖게 된 것이 나름대로 가장 큰 소득이었다. 아시아권에서 우리나라, 우리 학회만큼 정신치료에 대한 이해나 경험을 갖춘 나라나 단체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또한 이전 국제학술행사들에 참여했던 선배 회원들이 지적했듯이 서양정신치료와 이를 추종하는 대부분의 동양 정신치료가 그 궁극적인 지향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정신적 축을 상실하고 깊이가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영어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실력이 아무리 있어도 영어를 못해서 의사소통이 불가하다면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벙어리, 귀머거리에 불과할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로 인해 국가나 문화를 뛰어 넘어 더 많은 경험을 나누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영어로 자유롭게 서양인들과 교통하는 동남아나 홍콩의 정신과 의사들이나 심리학자를 보니 화가 날 정도로 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배울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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