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미래란 슬로건으로 2009년 8월 6일부터 8월 9일까지 토론토에서 개최된 제117차 미국심리학회(APA) 연차 학술대회는 미래 심리학의 향방과 관련된 Future of Psychology Practice, The Future of Psychological Science as a STEM Discipline, 그리고 Psychology's ContributionstoEnd Homelessness 등 3가지 대 주제와 Convention within Convention이란 색다른 구성으로 연구 및 임상 장면의 10가지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병행하였다. 신경과학의 최신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간행동의 이해를 뇌와 마음의 통합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세부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인 듯 보였으며 International Psychology 영역에서는 국제적 비교 및 통합을 시도하는 발표가 많았던 것도 눈에 띄었다. 상담 및 심리치료 관련 분과학회의 발표는 미국의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는 빈곤, 범죄, 심각한 정신병리, 청소년문제, 이혼, 상실, 약물남용 등의 현실적인 주제들이 예외없이 포함되었고 이들에 대한 clinical trial과 empirical finding을 통해 검증된(evidence-based) 개입방법에 대한 소개는 여전히 인기가 높았다. 한편 내담자의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토속적(indigenous cultural) 치료접근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듯 보였다. 세계를 덮친 경제 불황의 여파도 한몫을 했겠지만 종교, 영성, 그리고 창의성 관련 주제가 치유적 과정에 더 많이 언급되는 것 같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Para- psychology 영역에 포함되었을 법 했던 요가, 명상 혹은 초월적 경험에 대한 논의들까지 포함되며 문화의 다양성과 통합 그리고 치유과정에 대한 대안적 탐색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인은 ‘Finding the Tao in Psychotherapy: Humanizing Global Psychotherapy’란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The Tao of Holding with Korean Patients’이란 제목으로 도 정신치료의 기본적 접근을 대상관계 이론적 기본개념과 비교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다. 첫 순서에 본 심포지엄을 조직한 인본주의 심리학회지 전 편집장 Craig 박사가 십우도를 통해 도 정신치료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였고 두 번째로 나선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전문가 Silverberg 박사는 발표 주제인 공감은 설명되기보다는 경험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말을 줄였다. 본인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채워지지 못한 갈애, 적개심, 투사적 동일시 등으로 점철된 환자의 핵심감정과 정신장애의 원인, 치료자의 인격적 성숙에서 비롯되는 공감적 이해, 그리고 공감에서 비롯되는 직지인심과 주객일치 등의 치유적 요인들을 소개했다. 정신장애의 원인 및 치유의 과정을 관계 장애로 이해하는 대목에서는 도 정신치료를 한국형 대상관계치료에 비유, Winnicott의 개념과 비교 설명하였다. 한편 생각이 아닌 느낌을, 개념적 이해가 아닌 경험을 강조하는 도 정신치료의 핵심이 인지적 통찰에 익숙한 서양의 치료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최대한 우리말 뜻을 고스란히 유지, 그 의미가 서양식으로 언어화되어 굴절되지 않도록 나름 노력하였다.
정해진 좌석을 꽉 메우고 서서 듣고 있던 청중들까지 종료시간을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 본 symposium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발표장 밖으로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 정신분석적 정신치료자들이 횡문화적 유사성에 대한 관심을, 인본주의 치료자들은 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그리고 대만과 중국에서 왔다는 심리학자들은 자부심을 느꼈다고 지지발언을 해주었다.
세계적 경제 불황과 미국본토가 아닌 이웃 토론토에서 개최된 지역적 약점까지 겹쳐 전반적으로 저조했던 전체 참석률을 감안하면 예외적으로 성황리에 마친 발표였기에 동양의 정신치료에 대한 미국 심리학자들의 호기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리고 느낌의 중요성, 경험을 통한 깨달음의 강조 그리고 대상 관계적 치유 요인 등 서양 정신치료의 핵심 요인을 관통하면서도 인간성과 인간관계, 그리고 인격적 성숙을 향한 깨달음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동양 문화의 철학적 종교적 요인을 두루 갖춘 도 정신치료는 문화적 통합으로 향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신치료 향후 기조와도 향방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치료자의 인격적 성숙에서 우러나는 공감적 이해의 강조를 통해 치료의 중심이 내담자로부터 치료자에게 옮겨가는 도 정신치료의 고유성은 대안적 치료 모형을 제시하며 세계화의 선봉에 서 있다는 기분 좋은 깨달음도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국제적 학술의 장에서 도 정신치료가 소개되고 폭넓은 횡문화적 교류의 중심에 서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본인이 적으나마 도 정신치료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게 아낌없는 가르침과 배려를 해주신 소암 이동식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을 통해 사랑과 존경, 그리고 공감적 이해의 참 의미를 체험할 수 있었던 특별하고 소중한 성장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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