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A Regional Meeting 서울대회 참가 소감
허 찬 희 (회장, 밝은신경정신과의원)
지난 4월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롯데 월드 호텔에서 세계정신의학회 지역 학술대회 (WPA Regional Meeting 2007 Seoul)가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정신의학 분야의 국제학회로서는 가장 규모가 큰 대회로서 한국에서 개최된 사실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큰 학술대회였다. 비록 지역 학술대회였지만 서양 정신의학이 도입된 이래 세계정신의학회 (World Psychiatric Association) 학술대회를 처음으로 유치하여 개최하게 되었으며 세계 학회에 우리 한국의 정신의학계의 발전된 모습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는 세계 39개국에서 약 500여명의 외국 전문가들이 참여하였기에 학술 교류뿐 만 아니라 한국을 전 세계 동료들에게 널리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에 우리 한국정신치료학회에서는 이번 학술대회 개최가 확정되기 전 대회 개최를 유치하는 순간부터 이미 정신치료에 관한 심포지움을 계획하고 조직하기 시작하였다.
이번 학술대회의 첫 번째 심포지움으로 “Assimilation of Western Psychotherapy in Asia”를 조직하였는데 처음에 이동식 명예회장님이 제안을 하였으며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의하여 조직하였다. 현재 WPA 교육위원장을(secretary for education) 맡고 있으며 미국정신의학회 회장을 역임한 Allan Tasman 교수는 이 심포지움이 이번 학회에서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며 적극적으로 이 심포지움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Carl Rogers의 제자로서 Pre-Therapy 국제 네트워크 대표인 Garry Prouty 박사 그리고 정신분석, 현존재분석 그리고 실존분석 등 다양한 서양정신치료에 경험이 많은 Erik Craig 박사가 참여하였으며 우리학회에서는 이동식 명예회장, 이부영 한국 융연구원 원장, 강석헌 교육위원장 그리고 본인이 참여하였다. 대회 조직 시작부터 정영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과 상의하여 한국에서 정신치료 관련 여러 학파의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하도록 애를 썼다. 아쉽게도 정신분석 관련 학파에서는 대부분의 국내의 중견 치료자들을 접촉하였으나 개인의 사정으로 사양을 하여 참여하지 않았으나 외국 토론자로 정통정신분석가인 Allan Tasman 교수가 토론에 참여하였다.
20 세기 초 서양 정신의학이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서양의 정신의학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근간으로 하는 서양 정신치료가 한국 및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소화되고 적용이 되는지 혹은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 검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이번 심포지움이 세계 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이 주제가 논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역사적 의의는 지대하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 전문가들과 논의가 요망된다. 이번 심포지움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한국의 경우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부적절한 한국인의 성격과 문화’ 때문에 서양 정신치료를 한국인에게 적용하기가 힘들다는 주장이 팽배해 왔다. 또한 문헌상에 나타난 자료를 검토해 볼 때 인도,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는 서양의 정신치료가 자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적용되는지에 대한 논의나 그 실효성에 대한 보고를 접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의 현실은 어떠한가?
여러 정신치료학파의 전문가들이 서양 정신치료를 열심히 수련을 시키고 또한 수련 받은 치료자들이 직접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며 현재로서는 서양정신치료가 한국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이제 사라졌다.
이처럼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는 서양 정신치료가 효과적으로 적용되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서양정신치료가 한국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가 팽배했는데 어떤 이유로 오늘날 한국 정신치료계의 현실은 서양의 정신치료가 우리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잘 섭취되어 효과가 있는 치료로서 자리를 잡았는가 하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소암 이동식 선생의 도정신치료라고 할 수 있다. 소암 선생은 동양의 도와 서양 정신분석/정신치료의 진수가 같다는 것을 경험하고 가르친다. 단지 서로 다른 것은 그 수준의 차이만 있을 따름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서양 정신치료가 도입된 이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서양정신치료가 한국인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때 유일하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하고 그것은 정신치료자 개인의 능력의 문제라고 했다. 소암 선생은 일찍이 서양정신치료가 한국인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고 또 가르쳐 왔다. 특히 서양 정신치료자들이 경험한 것을 직접 경험해보고 그것으로 치료를 해야지 단지 그들의 이론을 적용하면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또 다른 심포지움, “Tao Psycho- therapy Case Conference”를 조직하여 서양의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을 하면서 서양 정신치료가 한국에서 잘 섭취되어 한국인의 치료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사실의 이유와 그 현실을 밝혀주는 심포지움이 되었다. 오히려 서양 정신치료의 단순한 섭취가 아니라 보다 발전된 형태의 정신치료라는 사실이 심포지움에 참여한 서양의 전문가들에게 인식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학회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번 국제학회의 주제가 “Science & Humanism”이었고, Allan Tasman 교수와 이호영 교수의 plenary lecture에서도 우리가 환자를 볼 때 생물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치료적 접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고 대부분의 참석자들도 동의를 하였지만 실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의 주제를 살펴보면 대부분 생물학적 연구에 편중되어 있었고 우리 한국정신치료학회에서 조직한 두 심포지움 외에는 정신치료에 관한 연구 발표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학회 주제로서 구호에만 그칠게 아니라 실제로 한국 및 세계 정신의학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실제 환자치료를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의 통합되고 균형 잡힌 치료 능력을 쌓도록 해야 하며, 이 점에서 전문가 수련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세계정신의학계가 실제로 생물학적 측면과 사회심리적 측면의 균형 잡힌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우리 한국에서 선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머잖아 한국에서 세계정신의학회 학술대회를 개최해주기를 요청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그날을 대비해서 이번 학회를 잘 결산하고 다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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