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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자료실 |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3-10-02 21:42:34 |
조회수 |
26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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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瑛錫, 李德熏, 承仁培 선생님께,
저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2002.10.10일자 조선일보 '화병 연구위해 한국온 재일교포 이창호씨' 기사를 읽고 담당기자에게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보낸 바 있습니다. 2002. 11. 4 조선일보 '마음'이란 기획특집의 '화병'을 보고 다시 글을 올립니다.
화병은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 결코 아닙니다. 이번 특집에서 소개하고 있는 '틱낫한' 스님의 글만 봐도, 화가 한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화가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한국사람들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동의보감 등의 의서를 봐도 그렇고, 지난 1년간의 조선일보 기사만 검색해봐도 국민일반의 화병에 대한 인식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금년 4월에 김대통령 차남이 '화병'이라는 기사도 있고, 지난 달에 발표된 '월간조선 슬로건 공모 당선작'에도 '국민의 홧병을 막아주는 잡지'라는 게 있군요. 이런 기사들을 훑어 보면, 고혈압이나 암 등을 비롯한 온갖 질병에 '화병'이라는 설명이 붙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질병에 심리적 요인이 있다는 뜻이지요. 따라서 화병에 가장 가까운 현대적 표현은, '심인성', '심리적', '스트레스성' 등이 되겠습니다.
한국의 일부 정신과 의사가 주장해서 미국의 진단분류체계에 집어넣은 '화병'은, 한국인이 옛부터 써오던 '병의 원인에 대한 설명'으로서의 화병 개념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입니다. 서양의학은 과거에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만, 현대에 와서 스트레스가 병에 미치는 효과를 많이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병'이라는 미국이나 서양에만 특수한 어떤 질병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처럼, 화병을 한국특유의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안병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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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旻九 선생님께,
저는 서울에서 개업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이며, 한국정신치료학회 회원입니다. 화병에 대한 기사를 읽고, 모든 정신과 의사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이 글을 씁니다.
'홧병'은 일본이나 중국에도 없는 용어입니다. 한국전통의학과 한국 민간에서만 널리 통용되는 말입니다. 다양한 신체적 증상이나 질병이 감정, 특히 화가 원인이 되어 나타났음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서양에서는 감정이 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20세기에 들어와 정신분석학이 등장하면서 체계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화(적개심)가 정신병리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한국정신치료학회의 이동식 선생은 일찍부터 이를 밝혀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기사의 몇 구절을 살펴보겠습니다.
(1) ''화병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정신질환"이라고 하셨는데, 아래 참고자료로 제시한 민성길 선생의 교과서에 기술된, '신체화 장애, 주요우울 장애, 범불안 장애' 등은 모두,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한 질환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정신치료적 입장에서 보면 모두 감정의 장애로 볼 수 있습니다.
(2) "감정을 숨기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의 풍토가 감정 표현에 솔직한 재일 한국인들의 ‘화병’을 만들고 있다" : 한국인이 감정표현에 솔직하다는 사실을 막상 한국인 자신들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재일교포의 눈에는 두드러져 보인 것 같습니다. 사실 미국인 등의 서양사람도 사교적인 웃음은 많지만,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한국인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소박한 독자의 입장에서 읽는다 해도,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서 병이 된다면, 일본사람이 화병이 더 많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3) "부모 세대와 달리 자기 표현이 자유로운 요즘의 한국 여성들은 화병보다 비만증과 거식증 등 현대적 질환에 더 시달리지만" : 요즘 여성도 비만증이나 거식증 보다는, '신체화 장애, 주요우울 장애, 범불안 장애' 등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만증이나 거식증도 감정의 장애로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홧병에 대해 다른 견해도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으며, 더 자세한 것은 '한국정신치료학회'로 문의하시거나, 제게 이메일을 주시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기사에 소개된 재일교포 선생님께도 이 메일을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안병탁 올림
참고자료
(가)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정신의학 교과서 3종에서 화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1) <정신의학, 제4판, 이정균/김용식 편저, 일조각, 2001>에 보면, 신병(신내림을 받는 무병을 말합니다)은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인정하지만, 화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2) <최신정신의학, 제4개정판, 대표저자 민성길, 일조각, 1999>에 보면, p. 104에, "우리나라의 경우 무병(또는 신병)과 홧병이 문화관련 증후군이 아닌가 생각되고 있다"고 인정하는 편이며, p. 105에 상당히 자세한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를 인용하자면, "정신과 의사들도 홧병을 하나의 병명으로 인정하는 데에는 주저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생각하는 관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라고 인정하지 않는 의견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고, "속상함, 억울함, 분함, 화남, 증오, 절망 등의 ... 감정반응의 부적절한 억제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 홧병을 현대 정신의학적 진단과 비교해 보면 신체화 장애, 주요우울장애, 감정부전장애(신경증적 우울증), 범불안장애의 복합형태로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3) <신경정신과학, 제2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편, 하나의학사, 1998>는, p.358에, "우리 나라에서는 일부에서 신병, 홧병, 시선 공포증, 고 3병 등을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보다 면밀한 문화정신의학적 접근과 조사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나) 이동식 선생의 홧병에 대한 글 (현재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책만 선택했습니다)
(1) 1959년 의사시보에 발표한 '현대적 의료와 정신의학'(<노이로제의 이해와 치료, 일지사> p. 143에 실려있음)
(2) <현대인과 노이로제, 이동식, 도서출판 한강수, p. 14>
(3) <현대인과 스트레스, 이동식, 도서출판 한강수, p.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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