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력을 길러 스트레스를 이기자 : 설록차 1998. 3·4   
[설록차 1998-3·4]
스트레스와 인생(2)


자제력을 길러 스트레스를 이기자

이동식 / 한국 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


지난 호에 말한 장자와 세일리에(Selye)의 소용없는 저항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것이었다. 순리대로 살라는 뜻이다. 천리를 거역하는 것은 욕심 때문이다. 욕심과 하늘의 이치, 자연의 이치가 부딪치면 병이 생기고 불행이 온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모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토대 위에서 자기가 바라는 바를 실현하면 된다.

현실에는 내 속에 있는 현실과 밖에 있는 현실이 있다. 내 속의 현실은 나의 희망, 나의 능력이 들어간다. 같은 외적 현실이라도 나의 내적 현실이 다르면, 나는 실현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다. 그 반대도 성립된다. 사람이 처음에 태어났을 때에는 욕망의 덩어리고, 현실에 대한 인식도 미약하다. 점점 자람에 따라 욕망을 조절하고 현실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다. 이러한 능력이 최고에 달하면 성인 또는 진인(嗔人)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수도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어려서부터 동몽선습, 소학을 배우고 나아가서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서경, 주역을 공부했고, 더 나아가 역사와 문학을 공부하였다. 일반 서민들은 공부하지 못한 대신 공부를 많이 한 양반의 영향을 받고 살아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도덕, 인격을 성숙시키는 교육이 없다. 오로지 책 공부, 그것도 도덕과 인격을 무시한 채. 돈과 출세만을 위한 공부는 욕망의 충족을 최고 가치로 삼는다. 이로 인해 마음공부가 가치를 잃게 되고, 여러 가지 청소년 문제, 사회문제, 건강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병은 마음에서 생긴다.

미국의 ‘가정의협회’에서 조사한 결과, 가정의를 찾는 환자들의 2/3가 스트레스와 관계된 증상이라고 나타났다. 심장관상동맥질환, 암, 폐질환, 사고로 인한 상해, 간경변, 자살 등 미국의 6대 사인의 직·간접 원인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또한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약이 궤양에 먹는약, 혈압을 내리게 하는 약, 정신안정제였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은 스트레스 관련 질병의 치료를 위해 미국 의대에서 개발한 ‘행동과학’이란 과목을 한국에서도 수입해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옛부터 동양의학에서는 대부분의 병은 마음에서 생긴다고 했다. 곧 정신수양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도를 닦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 서양의학이 증명해 오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 새로 생겨난 학문이 ‘정신신경 면역학’이라는 학문이다. 이것은 마음, 다시 말해서 감정상태에 따라서 신체를 방어하는 힘이 좌우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50년 전에 세일리에는 ‘스트레스가 만성화 되면 몸에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고혈압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를 가속화하고 병에 대항하는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쟁처럼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스트레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주관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어떤 사람에겐 스트레스인 것이 어떤 사람에겐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생활의 큰 변화 때문에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밝혀졌다. 또한 결핵이나 당뇨병은 언제나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 발병한다고 한다.

배우자의 사망은 스트레스 100점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척도로 고안된 것을 보면 배우자의 사망이 100점, 이혼이 73점, 별거가 65점, 수감이나 가족의 사망이 63점, 결혼이 50점, 임신이 40점, 집을 사는 것이 31점, 성탄절이 12점이다. 미국에서 젊은 의사 88명을 조사한 결과 300점 이상을 얻은 사람의 70%가 위나 십이지장 궤양, 정신장애, 골절, 기타 건강문제가 각종 위기가 있었던 2년 안에 발생하였고, 200점 이하는 37%만이 발생했다.

영국의학지에 따르면, 1981년 아테네의 지진이 일어난 후 며칠 동안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이 급증했다고 한다. 스트레스 척도의 점수가 높을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배우자 사망 8주 후에 면역반응이 감퇴하여 감염이나 암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도 있다. 내가 잘 아는 사람 중 간암에 걸린 사람은 예외없이 화병이었다. 평소 성격이 속으로는 의존적이나 겉으로는 독립적인 것처럼 행동하고, 속으로는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법과 도덕이 사라진 무법, 무도의 사회다. 우리나라의 기업가들이 외국의 싼 이잣돈을 빌려서 갚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자기가 번 돈처럼 돈놀이, 투기 등을 해서 생긴 IMF 시대도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국민의 정신을 고치지 않으면 스트레스 또한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건강이 최고라지만 실천에 옮기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IMF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헛된 욕망을 자제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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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우도는 십우도(十牛圖), 목우도(牧牛圖)라고도 부르며 참선(參禪)에서의 각(覺)의 과정(過程)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송광사의 십우도 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