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不安)과 공포(恐怖) : 주간조선 1978.11.12   
[주간조선 / 1978-11-12]

※ 이 글은 1978년 11월 12일자 주간조선(10, 11페이지)에 게재되었던 글로 ‘인간이란 무엇인가…그 본성을 파헤친다.’라는 기획연재의 네 번째 글입니다. 원문의 한자를 모두 한글로 쓰면서 원래의 한자 뒤에 한글을 병기하였습니다.


不安불안과 恐怖공포

李 東 植 이 동 식
◇現 延世醫大 臨床敎授 · 한국정신치료연구회 회장 ▲58세 · 경북倭館출생 ▲大邱醫專卒 ▲서울大-뉴욕大醫大 근무 ▲首都醫大-慶北大醫大교수 ▲大韓神經精神醫學會 회장 ▲저서「現代人과 노이로제」「노이로제의 理解와 治療」「韓國人의 主體性과 道」


1. 現代현대의 狀況상황과 不安불안

현대는「不安불안의 時代시대」라고 한다.「不安불안의 時代시대」라는 오오든의 詩시가 나오고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교향악도 있다. 까뮤는 20세기를「공포의 세기」라고도 불렀다.

불안이란 과거에는 정신을 가진 인간에게만 있고 동물엔 없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중추신경이 발달된 동물일수록 불안의 현상을 분명히 볼 수 있다. 보신탕냄새를 맡고 눈물을 흘리는 개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불안이 그 예다.

현대가 전면적인 불안의 시대로 보여지는 이유는 古代고대나 中世중세에 있어서는 일시적인 天災地變천재지변이나 疫病역병이나 戰亂전란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안정된 종교 정치 경제 사회적 질서가 유지되고 따라서 개인의 신분이나 역할이 고정되어 있었고 가치의 변동이나 사회의 변동이 급격하거나 빈번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현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급변의 연속이요 가치의 혼란 신분과 역할의 혼란 무기의 가공스런 발달과 공해의 만연으로 인한 인류전체의 멸망이란 전면적인 불안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2. 不安불안의 意味의미와 根源근원

維摩經유마경에도 모든 인간은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는 귀절이 있다. 불교에서는 건강하고 성숙된 마음을 단단한, 부서지지 않는 堅實心견실심이라고도 하고 여덟 가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不動心부동심이라고도 한다. 이와 반대로 흔들리는 마음이 넓은 의미의 불안이고 공포도 여기에 속하고 유교에서 말하는 七情칠정 (喜怒哀樂愛惡欲)이나 불교의 칠정 (喜怒憂懼愛憎慾)이 모두 불안에 속한다. 서양의 정신분석에서도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에는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공급이 되어 불안을 느끼지 못하다가 出生출생과 더불어 생기는 誕生不安탄생불안이 不安불안의 原型원형이라는 주장을 한다.

물론 근자의 연구로서는 어머니의 子宮자궁에 있을 때에도 어머니의 心身狀態심신상태에 따라서 반드시 그렇기만 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정신분석의 創始者창시자인 프로이드의 不安불안에 관한 최종이론을 보면 不安불안을 自動不安자동불안과 信號不安신호불안 두 가지로 구분한다. 自動不安자동불안은 자기 힘으로 소화 또는 감당하기에 너무나 크고 많은 자극을 받으면 언제든지 自動不安자동불안이 생긴다. 自動不安자동불안의 原型원형은 誕生不安탄생불안이다. 이러한 자극은 밖으로부터도 안으로부터도 올 수 있으나 대부분 本能본능 즉 欲動욕동(慾望욕망)에서 비롯된다. 自動不安자동불안은 幼兒期유아기의 特徵특징이다.

발육도상에 위험한 사태가 일어나면 不安불안을 만들어 내는 能力능력을 가지게 된다. 나중엔 위험한 사태를 예견만 해도 불안해진다. 이 信號不安신호불안이 있기 때문에 自我자아가 本能본능을 調節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도둑질을 하고 싶은데 도둑질을 하면 형무소에 들어간다는 위험한 사태를 예기하기 때문에 信號不安신호불안이 일어나 도둑질을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계속 이러한 信號不安신호불안을 일으키는 위험한 사태라는 것은 언제나 있다.

인생을 산다는 것 자체가 불안의 연속이고 이 불안 즉 문제가 생기면 불안이 일어나는데 문제를 처리하면 불안이 없어지나 해결을 않고 두면 정신장애가 일어나고 성격이 비뚤어진다고 볼 수 있다.

信號不安신호불안은 不安불안의 弱化약화된 형태로 볼 수 있고 正常發育정상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면서 노이로제의 특징적인 불안형태다.

어떤 정신분석학자는 基本的기본적 不安불안 基本的기본적 信賴신뢰란 말을 쓰기도 한다. 기본적 신뢰는 젖 먹는 것 잠의 깊이 위장의 弛緩이완 즉 속이 쉽게 편해지느냐 않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이 안 되면 사회적 불안이 생긴다. 이것이 잘 되면 기본적인 신뢰가 생긴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도 불안이 없을 정도로 어머니와의 관계가 신뢰하는 정도로 되어 있어야만 된다.

이것은 어머니가 아기가 추워하면 춥지 않게 덮어주고 배가 고파지면 젖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될 때 갈아주고 안아주어야 할 때에는 안아주고 졸릴 때는 재워주고 가만히 두어야 할 때는 가만히 두고 지켜보고 있다든지, 같이 놀아야할 때에는 같이 놀아주고, 어린이의 성장에 필요한 것만 해주고 불필요한 간섭을 않는 것이며 불편해하면 그 원인을 알아내 원인을 없애주는 것이다. 이러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사람은 평생을 불안 없이 일생을 지낼 수 있다. 불안한 어머니를 가진 아이는 커서도 항상 불안해하고 겁이 많고 잘 놀래거나 위축이 되거나, 폭발적, 충동적인 성격 여러 가지 형태의 정신장애를 일으킨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신호불안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사태는 어머니로부터 떨어질 때 일어나고 1년6개월까지는 對象喪失대상상실에서 생긴다. 이것은 어머니가 여행을 가거나 형무소로 가거나 사망 등의 경우다. 여태까지 나를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 때, 세살 전후에는 소위 去勢不安거세불안이란 것을 말하기도 한다. 이것도 일반적인 위협감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5~6세경부터는 良心양심이 발달되어 죄악감 즉 良心양심의 가책이 생긴다.

이렇게 불안이 태어나자마자 누구나가 경험을 해야 되고 산다는 것 그 자체가 불안을 전제로 한다.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없다면 불안해진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 먹을 것을 구해 먹으면 불안이 없어진다. 또다시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양식을 준비해 둔다든지 돈을 준비를 해두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불안이 病병적으로 된다. 그러나 신호불안이 있음으로 해서 정상적인 인격이 발달될 수 있고 교육이 가능하다.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말하자면 나쁜 짓이나 법률이나 도덕, 부모의 지시를 어기는 행동을 해도 불안이 없다면 인격의 성숙이나 교육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불안의 효용이고 긍정적인 면이다.

3. 不安불안의 解消해소와 不解消불해소의 結果결과

이렇게 불안이란 살고 있는 동안에 여러 가지 내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외부적인 위협이 있을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 가정이나 사회 인류의 평화가 불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여하에 달려있다. 점(占)도 여기에서 나오고 여러 가지 迷信미신도 모든 종교 활동도 여기에 집중이 되고 술집이나 각종 오락시설, 정치 경제 과학 기술 모든 예술 활동, 인간의 모든 활동이 불안해소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그 해결방법이 적합하냐 항구적이냐 일뿐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상적이고 건강한 인격이 길러진 사람 즉 건강한 사회에서 건강한 부모 특히 건강한 어머니 밑에서 깊은 건강한 사랑―부모자신의 욕구충족이 위주가 아니고 자녀의 성장위주인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 즉 잘 했을 때에는 칭찬을, 그것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받고 잘못했을 때에는 꾸중이나 매를 맞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본인이 하도록 권장되고 부모가 대신해주는 일이 없이 자라고 본인이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욕구충족을 보류 지연시키는 훈련, 다시 말해서 견딜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병을 일으키는 정신적 예방주사를 맞고 자란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는 도상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하고 자기 힘이 모자라면 가족이나 친구, 스승이나 선배나 상사에게 상의해서 도움을 받아 처리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긴 시간이 걸려도 해야 할 일은 장기 계획을 세워서 해결을 해나간다. 불가능하거나 그렇게 까지 큰 시간이나 노력을 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면 포기하여 항상 불안이 오래 지속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건강한 사회, 불건강한 부모 특히 불안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거나, 건전한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거나, 부모가 건강해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제대로 구실을 못하거나 어머니 대신 역할을 하는 할머니, 가정부나 가정교사, 아버지 역할을 하는 할아버지나 삼촌 등이 건강하지 못할 때, 인격성숙이 제대로 안된 미숙한 인격은 정상인이면 불안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에 불안이 생기고, 일단 불안이 생기면, 불안의 처리 방법이 적절하지 못하고 일시를 호도하거나 모르는 척하면서 지나려고 한다. 한마디로 제대로 처리를 못한다.

비근한 예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부모들이 자기자식을 잘 기른다고 밖에 나가서 놀면 다친다거나, 이웃아이들이 양반이 아니라 또는 없는 집 아이들이라 음식을 잘못 먹거나 병이나 옮지 않을까 좋지 못한 행동을 배울까봐 불안한 정도가 심해서 집안에 가두어 키우면, 학교에 가서 불안 공포가 심해지고 심할 때에는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 이러한 문제를 일찍이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손을 써서 극복하게 도와주지 않으면 점점 접촉을 꺼리고 결국은 정신병에까지 이른다.

노이로제나 정신병에 걸리는 사람들은 이러한 불건강한 인격, 다시 말해서 미숙한 인격, 나이는 먹었는데 마음과 감정이 어린 상태에 있는 사람이 남은 자기를 자기나이에 합당한 사람으로 보고 거기에 합당한 책임을 요구하고 기대를 갖는데, 본인에게는 그것이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공연한 적개심이 생겨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항상 갈등상태를 헤매다가 도저히 더 이상 적응하기가 어려워질 때 여러 가지 병적인 증세가 나타난다.

정신장애란 불안의 처리방식이 잘못된 것이고, 처리방식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정신병이나 신경증 (노이로제) 등 신체증상을 주로 하는 정신신체장애는 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감정을 억압하는 데에서 생긴다. 말하자면 남에게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을 때, 속으로는 기분이 나쁘면서도 기분 나쁘다는 감정을 즉각 억압하고 오히려 웃거나 아니면 표현을 못하거나 대항을 못하면 속에서는 적개심이 점점 더 커진다. 이 세 가지는 정신분석에서 인격의 三大構成要素삼대구성요소를 本能본능 自我자아 超自我초자아(良心양심)로 구분하는 것 중에서 超自我(양심)가 지나치게 비대해 있어 자기의 욕구충족이나 감정표현이 타인에 해가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해서는 안 된다고 양심이 금지시켜 발생한다.

정신병과 신경증은 주로 정신작용이나 행동면에 증상이 나타나고, 정신병은 인격의 崩壞붕괴가 일어나고 현실감각이 없어진다. 신경증은 인격의 붕괴가 없고, 現實感覺현실감각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건강한 사람이면 튼튼하게 지어진 빌딩의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고 있으면서 천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신경증기가 있는 사람은 혹시 시공을 잘못해서 천장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이 가끔 일어나지만, 그것은 엉뚱한 생각이라는 자각이 있다.

그렇지만 정신병의 정도가 되면 천장이 무너져서 떨어지는 것이 환각(幻覺)으로 보일 정도로 현실감각이 없어진다.

정신신체장애는 누구나가 경험하는 것으로 밥상머리에서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는데 잘 처리하지 못하면 滯체하는 경우다. 어떤 사람은 밥상머리에서 마누라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하면, 즉시 수저를 놓고 밖으로 나가서 한바퀴 돌고나서 밖에서 식사를 한다 했다. 왜냐하면 그냥 앉아서 밥을 먹으면 반드시 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병이나 노이로제에 여러 가지 종류가 있듯이 정신신체장애(또는 심신장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흔한 것은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당뇨병 등등이다.

위의 세 가지 범주의 정신장애와 대조적인 정신장애로는 인격장애자라는 것이 있다. 앞의 세 가지는 불안이 생기면 무조건 불안의 원인이 되는 감정을 억압하여 화가 內攻내공발병하고, 자기 자신의 심신에 파괴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지만, 인격장애라는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성장과정에서 양심이 제대로 길러지지 못해 자기의 본능 욕구를 제어하는 장치인 양심이 결여되어 있다고 한다. 화가 잘 나고 화가 나면 즉각적으로 남을 친다. 남을 말로써나 폭력으로 기타방법으로 공격하여 자기의 불안을 해소한다. 그러기 때문에 자기의 심신에는 별로 파괴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격장애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범죄자, 깡패, 여러 가지 管理職관리직에서 성공한 사람, 정치가들 중에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많다. 냉정하고 사람 조종을 잘하며 말을 잘하고 상냥한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는 개인의 경우에 국한해서 이야기했지만, 인간이란 자연의 일부이고 과거의 역사를 등지고 미래를 향하면서 현재의 지구위에서 자기나라, 자기가정, 자기직장, 자기교우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앞서는 개인 내부를 주로 얘기했으나 외부와 내부가 항상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의 해소나 정신건강의 문제의 해결은 개인을 벗어난 전체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러 해 전에 미국의회에서 저명한 정신분석의를 초청, 국제분쟁의 해결책에 관한 증언을 들은 일이 있다. 이때 모씨는 국제분쟁은 가족관계가 잘못된 것이 원인이며, 가족관계를 바로 해야 건강하고 성숙되고 상호이해하며 협조하는 인간이 되어 세계평화가 성취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유교에서 말하는 孝효내지 孝悌효제를 상기한다. 효란 건전한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말하고 自己實現자기실현이라는 것을 오늘날의 한국의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망각하고 있다.

孝經효경에도 효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근본을 삼는다고 했고,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말도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것이 수신에서 출발한다는 것인데, 수신은 효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효로써 세계평화의 근본을 삼는다는 뜻이 되고, 효란 건전한 親子關係친자관계를 말하는 것이며 친자관계가 바로 되면 형제관계가 바로 되고, 이러한 건전한 친자형제관계, 다시 말하면, 건전한 가족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가족아닌 모든 대인관계를 가족관계와 같이 한다는 것이 유교의 정신이요, 오늘날 서양의 정신분석 가족치료 심리학이나 문화인류학의 연구결과이고 우리의 전통문화의 精髓정수다.

4. 不安恐怖불안공포의 解決策해결책

이상에서 현대는 전면적인 불안 공포의 시대고, 불안의 의미와 발생 근원을 밝혔고, 불안의 해소 및 해소되지 않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주로 개인문제에 국한시켜서 밝혔다. 개인내부의 불안과 외부의 불안 요소가 상호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사회활동이 불안조성과 해소내지 해소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고, 궁극적으로는 孝효가 근본 해결책이기는 하나, 이미 효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것이 과거의 현실이었고, 현대는 더욱더 실현이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에 이미 잘못 자란 것이 현실적인 인간이라, 이미 잘못된 인간들을 어떻게 치료하느냐, 구제를 하느냐가 또 한편의 현실문제다.

孝효로써 예방이 더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치료가 큰 문제가 된다. 여기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예술등 문제는 다루지 않고 기본원리만을 다루기로 한다. 필자는 다년간 서양의 정신의학과 정신분석 정신치료 카운슬링을 공부하고 많은 환자를 치료했으며, 과거 십여 년 동안은 틈틈이 동양의 道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오는 동안 여러 가지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잘못 길러져서 불필요한 불안 공포를 가지거나 불안공포를 가진 사람을 자신과 타인에게 파괴적이 아니고 건설적으로 해결하게 도와주는 방법 중 서양에서 가장 발달된 것이 20세기에 와서 이루어진 정신분석치료다.

물론 인류의 역사 특히 서양의 역사나 원시사회를 볼 때에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의 말을 빈다면 원시인이나 인류의 古代고대에 있어서는 끊임없는 자연의 위협 앞에 인간은 무력하였고, 심한 불안을 경험했다. 古代人고대인은 이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呪術주술 여러 가지 禁忌儀式금기의식을 창안했다. 이러한 생존의 위협에서 오는 불안에 대처하는 또 다른 방법은 현실(자연)을 개조하여 인간에 봉사시키는 技術기술로 발전하였다. 전자는 위협적인 현실에 눈을 가리기 위한 관념적인 조작에 불과하고 미신으로부터 종교로, 종교로부터 神學신학으로, 신학으로부터 전통적인 서양철학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관념의 유희란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적 현실에 작용하여 현실을 변경시켜 인간 생존에 봉사시키는 기술은 오늘날의 과학으로 발전했다. 불안의 해소는 이러한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는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여기에 다루는 좁은 범위에서 볼 때 정신장애의 치료에 있어서 물리 화학적인 치료로서 근치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영국태생으로 미국시민이 되어 聖公會성공회 신부로 있다가 동양의 道도에 심취되어 동양사상을 계몽하는 저서도 십여 권 내고 몇 해 전에 작고한 알란 왓츠씨는「정신치료―東동과 西서」라는 저서에서 동양의 종교는 서양적인 의미에서는 종교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며 서양의 개념으로서는 정신치료라고 갈파하고 있다.

동양의 종교로는 儒佛仙유불선을 말하는데 근본을 따져보면 같다. 왓츠는 서양문화는 하나의 문화이고 동양의 道도는 여러 문화를 비판하는 문화들의 비판이고 영원불변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필자가 발견한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첫째로 서양에서 가장 발달된 정신분석치료와 道도, 특히 禪佛敎선불교와의 비교다.

정신분석치료의 과정을 우선 살펴보면 분석자는 처음에 환자 측 피분석자를 만나서 우선 그 사람의 증상이나 여러 가지 고통이 되는 문제의 원인이 되는 핵심과 이 핵심을 이루게 된 어려서의 가족관계에서 생긴 감정을 진단 파악한다.

다음으로 분석자는 환자로 하여금 이러한 자기 장애의 核心的핵심적 原因원인이 되고 一擧手일거수 一投足일투족 자나깨나 全人格전인격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적인 감정동기를 이해시킨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감정 동기 욕구를 분석자에게서 느끼고 있다는 것, 즉 轉移感情전이감정을 이해하고 다음으로 환자로 하여금 환자가 分析者분석자에게 이러한 感情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으로는 환자가 이러한 핵심적인 감정을 치료받기 전과 같이 억압하지 말고 녹이고 없애는 작업을 分析者분석자와의 협동으로 하게 된다. 이 작업이 끝나면 분석치료가 끝나게 된다. 이것은 參禪참선에서 겪는 覺각의 過程과정을 그린 尋牛圖심우도 또는 十牛圖십우도, 牧牛圖목우도와 비교하면 그 類似性유사성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소를 찾아나선다. (尋牛심우), 다음에는 소의 발자국을 본다 (見跡견적), 다음엔 소를 본다 (見牛견우), 그 다음에는 소를 잡아 고삐를 단다 (得牛득우), 다음에는 소를 먹인다 (牧牛목우), 다음에는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騎牛歸家기우귀가), 다음에는 소를 잊고 사람만 있다 (忘牛存人망우존인), 다음엔 사람도 소도 다 잊어버리고 (人牛俱忘인우구망) 다음에는 본래의 자기로 돌아간다 (返本還源반본환원), 마지막으로 菩薩보살이 되어서 市井시정으로 들어가서 衆生중생을 濟度제도한다 (入廛垂手입전수수).

소는 자기의 마음이다. 佛家불가에서는 처음에 보는 소는 검은 소라고 한다.

이것은 精神治療정신치료에서 환자로 하여금 성실하게 마음을 관찰, 보고케 하면 처음에 나타나는 것이 否定的부정적인 감정인 것과 일치한다. 핵심적 감정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이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다루는 것을 배운다는 것과 이 과정을 克服극복하는 것은 得牛득우 牧牛목우 騎牛歸家기우귀가에 해당하고 忘牛存人망우존인 人牛俱忘인우구망 返本還源반본환원은 진정한 자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修道수도를 하면 검은 소에서 흰點점이 하나 생겨서 흰 부분이 확대되고 나중에는 흰 소가 된다고 한다. 이것은 파괴적인 감정이 없어지고 건설적인 사랑의 감정이 성장하는 것이며 肯定的긍정적인 힘의 성장이다. 入廛垂手입전수수는 성숙된 分析者분석자가 되어서 남을 위해, 인류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에 해당한다.

道도와 精神分析정신분석의 그 밖의 공통점은 매즐로우가 말하는 缺乏動機결핍동기를 없애고 또는 自己現實化動機자기현실화동기를 나타내게 한다는 점이다. 老子노자 道德經도덕경에「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于無爲…」란 표현이 적절하다. 이것은 學問학문 즉 知識지식을 공부하면 나날이 지식이 불어나지만 道도를 닦으면 신경증적인 욕망 즉 缺乏動機결핍동기가 나날이 덜어지고 自己現實化動機자기현실화동기만 있게 되는 것―無爲무위다. 욕심 缺乏動機결핍동기 콤플렉스를 없애는 것이 치료고 修道수도고 不安불안을 없애는 방법이다. 頓悟돈오하고 保任三年보림삼년 한다는 것과 정신분석에서 洞察통찰을 얻어서 克服극복한다는 것이 같고 치료가 되어감에 따라서 꿈이 현실에 가까워지는 것과 覺각의 夢覺一如몽교일여가 상통한다.

分析醫분석의가 自己治療자기치료부터 성공해야 남을 분석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은 自覺者자각자라야만 覺他각타를 할 수 있다는 佛家불가의 전통과 일치한다. 부처의 直前段階직전단계인 菩薩보살은 相續識상속식 智識지식 現識현식 轉識전식을 벗어나고 業識업식이 녹아서 남아있는 業識업식을 자각하고 이의 支配지배를 받지 않는 경지를 말한다. 이것은 成熟성숙된 精神分析醫정신분석의가 자기의 남아있는 無意識的무의식적 動機동기의 痕迹흔적을 자각하고 이의 支配지배를 받지 않는 것과 같다. 成熟성숙된 分析醫분석의는 이웃만큼 전 인류에 대한 使命感사명감을 갖는다. 이것은 菩薩精神보살정신과 통한다.

西洋서양의 精神治療者정신치료자나 實存哲學者실존철학자들은 不安불안을 病理的병리적인 神經症的신경증적인 불안과 정상적인 實存的실존적 不安불안의 두 가지로 구분한다.

그들은 주장하기를 精神分析정신분석이나 實存哲學실존철학, 精神治療정신치료로써 病理的병리적인 신경증적인 불안은 없앨 수 있지만 정상적인 實存的실존적 불안은 여하한 방법으로도 없앨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왜그러냐 하면 아직 그들은 道도의 경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西洋文化서양문화에서의 불안 공포의 해결책은 精神分析정신분석 實存分析실존분석등의 精神治療정신치료이지만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서양인들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불안을 完全완전히 없앨 수가 없다. 道도는 生死之心생사지심을 타파함으로써 정상적인 실존적 불안마저 없애고 中중, 堅實心견실심 不動心부동심에 도달한다. 이렇게 해서 不安불안 恐怖공포를 극복한 자만이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다. 처음부터 불안 공포를 모르는 것은 용기라고 할 수 없다.

끝으로 첨가하고 싶은 것은 서양의 精神分析정신분석에서 발견한 것과 東洋동양의 道도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사이에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앞서 말한 것 외에 한 가지만 첨가한다. 모든 精神分析治療정신분석치료의 중심적인 양상은 患者환자가 治療者치료자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욕망이 너무나 강해서 도저히 충족이 되지 않기 때문에 治療者치료자에게 敵愾心적개심이 생기고 사랑받고자하는 대상에게 적개심을 갖기 때문에 표현을 못하고 억압하면서 罪惡感죄악감 不安불안 自虐자학등이 생긴다. 억압하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은 욕망은 더 加重가중된다.

佛敎불교에서도 가령 圓覺經원각경에서도 모든 인간의 고통 즉 不安불안의 근원은 憎愛증애에 있다고 하며, 憎증은 결국 渴愛갈애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憎愛증애 더 나아가서는 渴愛갈애가 모든 不安불안 恐怖공포의 근원이요 渴愛갈애의 욕구가 식어지는 것이 불안이 없어지는 길이라는 것이 일치된 셈이다. 渴愛갈애란 對象渴求대상갈구다.

5. 結語결어

이상 불안의 의미와 根源근원, 불안의 解消해소와 不解消불해소의 결과, 不安불안 해결을 위한 東西古今동서고금의 方策방책, 그리고 현대가 전면적 不安불안의 시대라는 것을 말했으나 왜 이러한 全面的전면적 불안의 시대가 왔는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西洋文化서양문화 만연의 결과요, 그것은 또한 가까이는 西洋서양의 르네상스의 결과요, 이 르네상스에 대해 한국의 知識人지식인들은 自我자아의 覺醒각성이라고 하고 우리에게는 自我자아의 覺醒각성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르네상스는 서양의 精神分析정신분석에서 말하는 自我자아가 아니라 本能본능의 각성이요 해방이다. 르네상스가 해방시킨 人間性인간성은 性的성적 衝動충동, 他人타인을 말살하려는 競爭心경쟁심, 他民族타민족을 정복하려는 侵略的침략적인 攻擊的공격적 本能본능, 自然자연의 정복과 파괴의 충동, 利己心이기심 등이었다. 美國미국의 루이스 맘포드가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 수백 년의 서양의 歷史역사는 崩壞붕괴와 野蠻야만의 歷史역사다.

오늘날 한국의 모든 病弊병폐가 이 西洋서양의 흐름에 휩쓸려 오는 野蠻化야만화와 崩壞붕괴의 길을 치닫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서양에서 絶叫절규되고 있는 것은 自己制御자기제어이고, 맘포드가 지적한 바와 같이 西洋文明서양문명의 위기를 克服극복하는 길은 自己理解자기이해 自己檢討자기검토 自己紀律자기기율 自己制御자기제어뿐이라고 갈파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道도요 휴머니즘의 극치요, 西洋서양의 진정한 自我자아의 君臨군림이 없는 파괴적인 본능의 해방과는 다른, 본능을 制御제어하는 진정한 自我자아, 진정한 人間性인간성의 회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西洋文化서양문화에서는 이러한 20世紀세기의 전면적인 불안에 대한 治療劑치료제로서 등장한 것이 精神分析정신분석이나 카운슬링 實存思想실존사상과 東洋동양의 道도에 대한 관심의 대두다.

筆者필자의 견해로는 精神分析정신분석은 道도에다가 西洋서양의 전통적인 合理합리 槪念개념 理論이론의 옷을 입혀 놓은 것이고, 實存思想실존사상은 西洋人서양인의 죽음에 대한 不安불안 恐怖공포의 自覺자각이고 西洋서양의 精神的정신적 成熟성숙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道도는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實存思想실존사상은 道도의 入門입문이다. 實存思想실존사상은 죽음에 대한 不安불안의 自覺자각이 끝이고 不安불안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 이에 대한 해결이 道도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토인비도 인류문제의 해결은 誠實性성실성의 회복과 자연과의 조화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성실성과 자연과의 조화가 바로 道도인 것이다.

이렇게 東동과 西서의 길이 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것을 볼 때 우리는 무엇이든 西洋서양 것이 優位우위에 있다는 敗北意識패배의식에서 胚胎배태된 생각을 버리고 東西동서를 초월한 평등한 입장에서 東西文化동서문화나 사상을 보고 우리의 전통을 西洋文化서양문화나 思潮사조의 몇 분의 일이라도 알려고 할 필요를 느껴야 될 것이며, 그것을 알고 보면 우리가 얼마나 귀중한 보물을 지니고 있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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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우도는 십우도(十牛圖), 목우도(牧牛圖)라고도 부르며 참선(參禪)에서의 각(覺)의 과정(過程)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송광사의 십우도 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