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서양 정신의학의「정신분석」 「상담」이나 약물투여 못지않게 치료자의 「수도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21일부터 25일까지 「정신치료의 동과 서―그 통합」이라는 주제로 서울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16차 국제정신치료학회」에서는 동양철학의 「도」가 정신질환자의마음을 고치는 궁극적인 목표가 될 뿐만 아니라 치료자도 수도의 자세를 갖지 않으면 정신치료의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는 요지의 논문이 다수 발표되었다.
이 대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식박사는 『인격이 인격을 치료한다는 말처럼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그 어떤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보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비워서 환자를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각종 편견, 환자를 분석하기 위한 섣부른 개념 틀들이 오히려 환자를 그 자체로서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기보다 방해만 된다는 것이다.
이박사는 『궁극적으로는 정신과 의사는 수도의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서양 정신의학자들이 기존의 각종 분석기법과 치료기법으로 한계에 부닥치자 동양사상의 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정신분석연구소 찰스 브레너 박사는 「도와 정신분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서양에서 발달된 정신분석은 일종의 테크닉 내지 지식체계이며 역사도 짧은 반면 욕구와 충족의 이상적인 조화, 평화와 갈등에서의 해방, 분수에 맞춰 정신적 안정을 찾는 도가 정신치료의 목표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리처드 쉐식 박사도 「서양철학과 정신치료의 위기」라는 논문에서 『서양철학자들과 정신분석가들은 자신들만의 개념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치료에 있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말하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동양의 세계로 개종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시카고대학 동양철학과 에스케 몰가드 교수도 「도, 기술과 무의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오늘날은 방법이 지배하는 시대가 됐지만 무수한 방법들이 그들의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저 보이지 않는 실체의 한 가지를 잡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오히려 모든 길을 낳는 도로 복귀하는 것만이 정신질환에서 정신분석이 맞은 난관을 돌파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크 대학의 정신과전문의 피터 쿠터는『서양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무의미함 공허 그리고 우울 등으로 인해 다양하게 겪는 고통도 정신분석 못지않은 도움을 도에서 받을 수 있다』고 밝혀 도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들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을 치료받는 환자들에게도 필요한 목표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