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학협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Association, 제23권 제1호 pp.2-6, 1980년 1월)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특집 : 임상각과환자의 정신의학적 문제와 그 치료(I)’의 첫 번째 논제로 씌어졌습니다. 원문에는 한자로 되어있는 것을 모두 한글로 쓰면서 일부분은 괄호 안에 원래의 한자를 병기하였습니다.
정신치료적 면담
이 동 식 서울 동북신경정신과의원
Dong Book Neuro-Psychiatric Clinic, Seoul, Korea
PSYCHOTHERAPEUTIC INTERVIEW
RHEE Dongshick, M.D.*
머 리 말
원래 동의학(東醫學)에서는 질병의 예방과 건강의 증진 즉 양생(養生)이 의학의 목표이고 병이 난 뒤에 약이나 침구(鍼灸)로써 병을 다스리는 것은 세속지용의(世俗之庸醫)에 불과한 것이고 고지신성지의(古之神聖之醫)는 능히 인지심(人之心)을 치(治)하고 미리 병이 나지 않도록 하였는데 금지의자(今之醫者)는 오직 인지질(人之疾)만을 다스리고 인지심(人之心)을 치(治)할 줄 모르니 이것은 본(本)을 버리고 말(末)을 쫓아 근원(根源)을 추궁(逐窮)하지 않고 흐름을 다스려서 병이 낫기를 바라는 것과 같으니 이 또한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구절(句節)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의 도(道)로서 병(病)을 치료(治療)[以道療病]한다는 조목(條目)에 인용되어 있다. 20세기에 와서 발족(發足)된 서양의 정신분석적인 역동정신의학에서나 도(道)를 근간(根幹)으로 하는 우리의 전통에서는 사람이 병이 나거나 몸을 다치면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일치하고 있다.
우리의 현대의학은 조선조 말(末) - 일제식민통치하 - 광복 후 - 현재까지 서양문명에 압도되어 우리의 전통을 멸시 말살하고 동의학의 전통을 계승해야 할 한의학계에서 조차도 동의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도(道)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서양의 정신분석이나 정신치료는 전통적인 서양의학이 세균이나 세포병리의 발견에 현혹되어 모든 질환을 세균이나 세포병리로써 해결하려는 결함을 보충하고, 우리의 문화와 의학의 전통에 접근하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경향은 서양의 정신치료뿐만 아니라 서양의 철학, 과학, 종교 등 모든 문화부문에서 도(道)로 접근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도(道)라는 것을 알기 쉽게 말하면 인격의 성숙이고 마음이 깨끗한 것[정심(淨心)]이고, 어린 마음이 없는 것이고, 마음에 갈등이 없고, 자신과 외부의 현실에 투철(透徹)한 순리(順理)대로 자연스럽게 무리(無理)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정신장애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정신신체장애를 포함해서 인격의 미숙이요, 인생의 고장(故障)이고, 갈등을 해결 못한 상태이고, 대인관계의 장애이고, 대화 내지 관계의 단절 또는 장애다. 그러므로 정신의학적 문제의 치료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물리적인 치료나 정신치료를 포함한 오락이나, 작업, 사회치료를 막론하고 넓은 의미의 심리적인 치료이건 인격의 성숙, 갈등의 해소나 경감, 관계나 대화의 소통이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치료적 면담은 정신의학적 문제 치료의 근간(根幹)이 될 뿐만 아니라 모든 의학적 문제의 치료의 근간(根幹)이 된다.
유명 내과의를 찾는 환자의 80%내외가 정신의학적 문제이고 임상각과(臨床各科)를 찾는 환자의 몇 할은 정신과 환자라는 것은 널리 임상가들이 잘 알고 있는 바이다. 정신과는 의학교육에 있어서의 위치가 다른 임상각과와 다른 점이 다른 과들은 임상과에 불과하지만 현대 역동적 정신의학은 임상과인 동시에 모든 각과에 공통되는 기초의학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모든 질병의 발생과 치료 내지 치유에 있어서의 심인적(心因的)인 인자(因子) 다시 말해서 정서적인 인자의 이해와 의사 환자관계의 의미와 형성에 관한 것이다. 본고(本稿)에서는 주어진 제목인 정신치료적인 면담에 국한시켜서 기술하지마는 여기에 또한 전술(前述)한 모든 것이 포함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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