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서는 저의 친구셨나요 아니면 제가 넘어야 할 산 이셨나요? 저의 동지, 형, 아니 아버지, 아니면 선생님 이셨나요, 이신가요? 선생님께서는 제게 이 모든 대상이 되어주셨다가도 또 그 어떤 대상으로도 불리길 거부하셨습니다.
그 어떤 호칭, 명예도 마다하셨고, 분열과 분리, 그리고 개념과 이성화를 거부 하셨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토록 친애하시는 도정신치료 조차 그 어떤 이론적 체계로 만드는 걸 거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도의 정수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을 우려 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현실, 사람이란 존재의 신비, 삶과 관계의 소중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자기 자신을 알고 서로를 사랑해야 하는 그 진리로부터 멀어질까 우려하셔서 그러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 그냥 가르치신 것이 아니고 당신 자신이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선생님을 진리의 투사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면서 때론 자극제가 되어주셨고, 때론 놀리시기도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생각과 견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도 혹은 잊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도 잊혀질 수도 없는 것은 진리를 꿰뚫는, 도발적인 선생님의 그 독보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아, 이 순간 저는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국제사회가 선생님께서 진리를 위해 싸우시던 그 투사 같은 모습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기억하든,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계셨던 분이셨는지는 잘 모를 것 입니다. 어떻게 웃으시고, 호통치시고, 때론 으르렁거리시고, 어떨 땐 호탕하게 또 얼마나 어린아이처럼 웃으시는지를. 선생님의 자애로움과 친절하심을. 선생님의 그 무섭게 강한 눈빛, 광채 나는 표정, 그런 것들은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알고 함께 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았던 우리들만이 아는 것 일 것입니다. 선생님을 가까이서 뵈어왔던 여기 있는 우리들은 선생님이 얼마나 맑고 향기로운 분이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제자 중 한 분이 선생님을 가리켜 가장 강하시면서 또 가장 섬세한 존재시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선생님도 그런 모습이십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아는 가장 순수한 분이셨습니다. 10년 전 제 호텔방에 오셔서 제가 짐을 싸는 것을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던, 저와 처음 사진을 찍으셨을 때 제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셨던, 그리고 그 짧았던 마지막 뵈었던 순간, 병상에 누우신 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시면서도 저의 존재를 느끼시려고 손을 내미시던 그런 모습을 가지신 분이셨습니다. 그렇게 소박하신 분, 그 모습이 제가 아는 선생님이고 제가 제일 사랑하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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